2016년 6월 50일 The Guardian에 실린, 작가 애니 프루Annie Proulx의 인터뷰를 번역한 글입니다. — 역자

‘While her skiing, hunting and canoeing days are behind her, she’s physically fit. Her mind still buzzes with story ideas. Her look is unfussy and unchanged’: Annie Proulx at home in Washington.

여든 살을 맞은 애니 프루는 어느 때보다도 예리하고 날카롭다. 신작 소설 Barkskins 출판에 맞춰 루시 락Lucy Rock이 그녀의 숲속 집을 방문해서 나무와 트럼프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개인에만 천착하는 소설이 왜 따분한지 이야기한다.

애니 프루는 나무를 사랑한다. 지난 10년 동안 연구하고 쓰고 여행하며 늘 나무와 함께했다. 최근에 붉은 삼나무가 높이 솟은 숲 속으로 이사했다. 모든 나무가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는 것을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도착한 이후로 계속 아팠어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20마일 떨어진 집 편안한 회색 소파에 앉으면서 말한다. “주변에 널린 붉은 삼나무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천식이 생기고 또 다른 증상도 생겼어요. 면역계 전체에 영향을 미쳐서 짐을 싸서 딴 데로 떠나야 했어요.”

시핑 뉴스The Shipping News브로크백 마운틴을 쓴 이 퓰리처상 수상 작가는 자신의 5 에이커 삼림에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정원에 관목과 묘목을 심어서 사슴이 와서 뜯어먹고 심지어 곰도 올 것 같다. 침실이 4개 딸린 (그녀 생각에 붉은 삼나무로 만든) 목조 주택은, 크림색 벽을 쓰고 바닥재로는 슬레이트와 목재 같은 자연스러운 색조와 재료를 써서 내부를 개조했다. 우리는 돌로 만든 벽난로 앞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는 책장이 잘 정돈돼 있고 커피 테이블에는 A History of Men’s Fashion 등의 책이 쌓여 있다. 거실 유리문 너머로 멀리 캐스케이드산맥이 보인다. 아늑하고 고요하다.

그런데 그녀는 뉴 잉글랜드로 이사할 계획이다. 네 명의 여동생과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 명은 아직도 살고 있다. 바꾸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워싱턴에, 특히 잠깐 살던 번창하는 기술 도시 시애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다른 어떤 곳보다 더 짜증 나는 곳일 뿐이에요,” 약간 떨면서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영원한 교통 체증이고 모든 것이 잘못 관리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서로를 신나서 추켜세우는 것에 지쳤어요. 기술자로 가득해요. 기술자로 미어터질 것 같아요. 내 아들도 기술자라 불평하기만은 힘들군요.”

프루는 2년 전 와이오밍의 640 에이커의 습지대와 대초원, 절벽 위에 지어진 사랑하는 버드 클라우드Bird Cloud를 팔고 워싱턴으로 이사했다. 2006년에 탈고한 동명의 회고록Bird Cloud: A Memoir by Annie Proulx에서 고통스러운 2년의 과정을 썼다. 그 집은 그녀의 일상적인 주제인 자연과 전원, 외딴곳에 대한 사랑에 잘 어울렸다. 왜 떠나기로 했는지 묻자 비꼬는 투로 대답한다. “집은 팔았고 새 주인은 제가 거기 있는 것을 딱히 원치 않았으니까요.”

잠시 멈춘 뒤, “모르겠어요. 저도 수천 번 저에게 물었어요. 식료품점에 가서 뭐라도 사려면, 치과에 가려면, 하여간 몇 시간이나 운전해야 했죠. 모든 게 그리워요.”

자신이 인정한 것처럼 버드 클라우드에서 그녀는 ‘거만하고 참을성 없고 혼자 고립되고 성마르고 편협’하다.

세 번 결혼하고 이혼하고, 프루는 혼자 산다. 기술자인 막내아들 모건은 주로 시애틀에 머문다. 이곳을 떠나면 분명히 아들이 그리울 것이다. 자신이 인정한 것처럼 버드 클라우드에서 그녀는 “거만하고 참을성 없고 혼자 고립되고 성마르고 편협”하다.

그녀는 아마 여든 살이지만, 은퇴와는 거리가 멀다. 스키를 타고 사냥을 하고 카누를 탈 날이 아직 많이 남았다. (삼나무 알레르기 말고는)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아직도 작품 아이디어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외모는 꾸밈없고 변함없다. 반백의 머리카락에 검정 안경테, 장신구 없는 차림에 소박한 회색 스웨터와 바지. 이 집도 똑같다. 깔끔하고 품위 있고 실용적이다.

우리는 삼림 벌채를 주제로 한 700페이지 분량의 드라마틱한 신작 소설 Barkskins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만났다. 17세기 후반, 르네 셀René Sel과 샤를 듀케Charles Duquet, 두 프랑스인이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있는 뉴 프랑스에 도착해 봉건 영주의 벌목꾼으로 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셀은 미크맥 원주민과 결혼하고, 듀케는 도망가서 목재 회사를 만들어 성공한다. 이 책은 2013년까지 여러 세대 간의 변화와 이주를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들은 북미, 중국, 유럽, 뉴질랜드를 가로지르고 갖가지 폭력적인 방식으로 죽어간다. 이 모든 설정을 통해, 덕분에 삶을 영위하고 그래서 무한하다고 믿는 숲의 파괴에 대항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구식이에요,” 프루는 말한다. “길고 등장인물이 많고 거대한 주제를 다루죠. 대부분의 미국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개인에만 천착하는 이야기나 문제 가정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르긴 하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지난 시절에 사려 깊게 쓴 큰 책the big book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Riding high: Jake Gyllenhaal and Heath Ledger in Brokeback Mountain, Ang Lee’s 2005 film based on Proulx’s short story. Photograph: Kimberly French/AP

그녀가 임업 관련 수많은 역사적인 문서와 일지, 희귀 도서를 읽은 지 10년이 되었다. “저는 역사가로서 훈련받았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었죠,” 그녀는 말한다. (칠십 대에 그녀가 그 일만 한 것은 아니다. 버드 클라우드를 썼고 와이오밍의 붉은 사막Red Desert에 관한 책을 편집했고 단편 소설을 냈고 브로크 백 마운틴의 오페라 판 대본을 썼다.)

“삼림 벌채는 Barkskins의 전부예요,” 그녀는 말한다. “이 책에는 2개의 제사題辭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책을 이해하는 열쇠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아요. 뭐, 그래도 저는 상관없어요.”

제사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 그 이야기 조금 더 해주실 수 있나요?” 내가 묻는다.

“아뇨.” 침묵. 나는 잠자코 있다.

“첫 페이지에 제사가 있어요.” 불쾌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간다.

나중에 제사를 찾는다. 역사가 린 타운센드 화이트 주니어Lynn Townsend White Jr가 1967년에 쓴 에세이에서 따왔는데, 기독교가 생태 위기의 뿌리라고 주장한다. “이교도의 애니미즘animism을 말살함으로써, 기독교는 대수롭지 않게 자연을 착취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프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물어보면 잠시 멈추었다가 냉담하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자녀 이야기를 꺼냈더니 최대한 짧게 말한다. 첫 남편(프루는 스무 살에 그와 결혼하려고 대학을 중퇴했다) 사이에서 난 딸 머피는 5년 후에 이혼했을 때 아빠와 함께 살았다. 프루는 60년대에 다시 결혼해서 조너선과 길리스, 모건, 세 아들을 낳는다. 그 뒤에 이혼하고 1969년 세 번째로 결혼한다.

Wild at heart: Proulx as a young woman camping in the woods near her home. Photograph: David Sillitoe for the Guardian

결혼은 으레 하는 줄 아는 시대에 성장했다고 그녀가 말한 적이 있다. “특별히 저는 좋고 부지런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분명한 것이라도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가정은 꾸릴 수 없었어요.”

요즘 프루는 자녀들과 정기적으로 함께 만난다. “모든 아이와 꽤 잘 지내고 아이들도 서로를 좋아해서 아주 행복해요. 혈육이지만 친구 같기도 해요.”

주제를 제대로 찾으면 프루는 적극적인 말벗이 된다. 생기 있고 이따금 열정적이고 과장될 정도로 재미있어한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이야기한다. 원예사들에게 유액을 분비하는 식물을 심게 해서 제왕나비 수를 회복하려는 계획을 그녀가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잘하고 있는지 그녀에게 묻는다. “일부는 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보다 더 무관심할 수가 없어요. 제왕나비가 일생을 살려면 유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마도 멍하니 당신을 쳐다볼 거예요.”

나는 지난 4월 177개국이 서명 한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을 언급한다. 그녀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 경제와 문화에서 활동하는 국가 중 일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그들은 냉장고나 아이폰 같은 것을 만들려고 원료와 천연자원을 기꺼이 소진해요. 더는 얻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파티에서 당신은 언제나 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요. 왜냐하면, 벽에 기대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거든요.

목소리가 커진다. “아무도 큰 나무를 다시 볼 수가 없어요. 거대한 숲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식물 군집의 기반이 없어졌고, 동식물이 점점 작아져요. 생태계가 손상되었어요. 변화가 필요해요. 두려운 일이에요.”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생각이 두려운지 묻는다. “다소간은 국가가 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말한다. “저는 개인적 감정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지켜보고 있어요.”

Winds of change: at home in Vershire, Vermont, back in 1994. Photograph: Toby Talbot/Associated Press

프루는 자신이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기가 더 어렵지만, 관찰자로서는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파티에서 당신은 언제나 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요. 왜냐하면, 벽에 기대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거든요.”

그녀는 자신이 수줍어하는 편이라고 인정하는데, 가끔은 짜증 낸다고 오해받는다. 문학상에 관한 그녀의 반응을 보자. “감사하고 기쁘고 즐거워서 날뛰며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알지만, 저는 그러지 못해요.” 여성 전용 상에 관해 말하자 헛기침을 한다. “이것은 항상 저를 괴롭혔어요. 글을 쓰는 여성에게 크게 다른 무엇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분열적이에요.”

프루에게 글쓰기는 “대상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이에요. 장인이 식탁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죠.” 그녀의 연구는 세심하다. Barkskins에 등장하는 모든 국가를 방문했다. 프랑스 혈통의 캐나다 출신 아버지가 섬유회사에 다녀서 버몬트,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로드 아일랜드를 이사하며 심어진 개척정신 덕에 그녀는 자주, 대담하게 여행을 다닌다.

그녀는 많은 소재를 보여주며 결말을 맺었고 150페이지를 초고에서 삭제해야 했다. 그녀의 표현으로는 “이 과정은 정말 미칠 것 같아요. 편집자인 낸 그레이엄Nan Graham은 절대적으로 훌륭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삭제하려 해서 편집하는 동안 그녀를 증오했어요. 삼림 벌채 부분이 많이 삭제됐죠.”

남쪽으로 가는 차선에서 북쪽으로 역주행하고, 별의별 상황에서 별의별 거친 사람들과 어울렸죠…

책 대부분은 황량하지만 어두운 유머도 있다. 나는 가발과 관련된 사건을 발견하는 부분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기뻐한다. “그랬나요? 좋아요. 편집자는 삭제하고 싶어 했죠. 역시 영국 사람이군요.”

프루는 56세 때 첫 소설, 엽서Postcards를 내면서 뒤늦게 문학계에 나왔다. 사과에서 쥐, 카누 타기, 사이다 만들기와 DIY에 관한 “how-to” 책을 만드는 등 온갖 것을 쓰면서 프리랜서 기자로 근근이 가족을 부양하느라 70년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포기했다. 이 시기에 세 번째 결혼이 깨지고, 버몬트주 오지를 떠돌며 낚시와 사냥을 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자식들과 함께 귀농자의 삶back-to-the-land lifestyle을 살았다. 나중에 그녀는 90년대 초반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을 “야생wild”으로 묘사했다. 이런 사례도 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칼을 던지고 (빗나간 건 신께 감사해요) 남쪽으로 가는 차선에서 북쪽으로 역주행하고, 별의별 상황에서 별의별 거친 사람들과 어울렸죠.”

1988년에 첫 단편집을 내고 이어서 출간한 소설들로 순식간에 격찬받았다. 그녀는 늦게 성공한 것에 어떤 회한도 없다. “삶을 살고, 변화를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치 문제에서 개인적인 관계까지 모든 것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얼마나 종잡을 수 없는지,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이미 그런 것을 경험해서 체화했다면 아주 유리하죠.”

프루와 이야기하면 그녀의 책을 읽는 것 같다. 긴장되지만 보람 있다. 그녀는 자신의 글처럼 말하고 글처럼 산다. 짓궂은 유머로 번뜩인다.

인터뷰가 끝나 가면서, 그녀는 A History of Men’s Fashion을 집어 사진들을 재빨리 넘긴다. 번쩍거리는 셔츠를 입은 한 예술가를 보고 낄낄거리며 말한다. “이 사람 작품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머리 모양을 누가 잊어버리겠어요?” 패션에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 “오직 등장인물 때문이죠. 그들에게 맞는 옷을 입히고 싶어요.”

다시 나무로 돌아가, 그녀는 붉은 삼나무 속 사진 촬영에 기분 좋게 동의한다. 사진가는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기 전에 장비를 설치했고 옮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알레르기가 도지려면 하루는 걸릴 거예요. 그전에 곰한테 먼저 당할 수도 있죠.” 바깥에서 산책하면서 농담을 한다. 그리고 슬픈 듯이 이 말을 덧붙인다. “붉은 삼나무 보는 것이 좋아요. 저를 힘들게 해서 슬프지만요.”

애니 프루의 Barkskins는 Fourth Estate에서 18.99파운드에 출간되었다. bookshop.theguardian.com에서 15.19파운드에 주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