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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The Village Voice에 실린, 영화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인터뷰를 번역한 글입니다. 영어식 구두점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 역자

미국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변자 중 한 사람과 배우, 로케이션, 각색에 관해 이야기하다

켈리 라이카트Kelly Reichardt는 현재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독립 영화 제작자일 것이다. 요즘 독립 영화의 특징인 것처럼 여겨지는 단편적인 이야기, 떠들썩한 결말과는 여러 면에서 뚜렷하게 대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 라이카트의 영화는 몰입적이며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종종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반영하기도 한다: 알래스카로 가서 새 삶을 찾으려 애쓰는 사회 주변부의 무일푼 떠돌이 젊은이를 다룬 2008년 걸작 웬디와 루시Wendy and Lucy는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개봉했다; 사막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정착민 일행을 다룬 2010년 서부극 믹스 컷오프Meek’s Cutoff는 이라크 전쟁의 알레고리로 읽혔다. 2013년 나이트 무브Night Moves는 가장 절제되고 심지어 인간적이기까지 한 방식으로 생태주의 테러리즘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최근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회고전 중인) 라이카트의 영화들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 영화들을 진실로 느끼려면 소리와 움직임, 어떤 플롯이나 시놉시스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캐릭터들 간의 짧은 순간, 눈길, 몸짓을 이해해야만 한다. 선댄스와 뉴욕 영화제에서 상영했으며 현재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 홈 비디오로 출시된 어떤 여자들Certain Women도 마찬가지다. 마일 멜로이Maile Meloy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인생의 전환점에 선 몬태나주 여성 세 명(변호사, 아내, 목장 일꾼)을 느슨하게 연결해서 이야기한다; 매우 자주, 우리는 그런 여성들의 존재를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묘사된 사건들의 일상적인 본질을, 우아하지만 직설적인 방향으로 전달해 내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암시하기도 한다. 어떤 여자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출시에 맞춰, 어떻게 정확히 그런 것들을 포착해 내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과거에도, 각기 다른 단편들을 가져다 쓰시곤 하셨죠. 어떤 여자들은 마일 멜로이의 단편 세 개를 가져다 반쯤은 에피소드 중심의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프로세스일 뿐입니다. 몇 가지 일을 해봤지만 성공하지는 못했고, 그러다가 마일의 단편집을 우연히 발견했고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노닥거리는 수준일 뿐이었어요; 저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여러 개의 이야기를 합치는 것이 하나를 늘리는 것보다 나을 이유가 있나요? 각각의 단편집은 저마다 하나의 세상 같아요. 저는 마일의 두 단편집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단편들을 다른 식으로 조합해 보았습니다. 거의 일 년 동안요. 결국, 어쨌든 말이 되고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지점이 있었어요. 미첼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와 제임스 르그로스James LeGros가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에 조금 나와요. 단편집에서 제일 두드러진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저로서는 그 이야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어요. 그러고는 몇 가지 테마를 찾았고 세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목장 일꾼을 여성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긴 프로세스죠. 긴 시간을 혼돈 속에 있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 같아요.

구조적으로 흥미로운 일도 하세요. 로라 던Laura Dern이 나오는 인질극 에피소드는, 그전에 틀에 박힌 사건이 먼저 나왔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가 맨 처음에 나와요. 그 점이 너무 좋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했어요. 액션 측면은 말씀하신 것도 사실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정서적인 클라이맥스가 일어나고, 그래서 세 이야기가 하나가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영화에는 아주 멋진 작은 디테일들로 가득합니다. 가령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가 저녁 식사에 포크와 나이프를 감고 있는 냅킨으로 얼굴을 톡톡 친다던가. 그런 순간들을 일부러 찾으시나요? 아니면 운 좋게 발견하신 건가요?

즉흥적인 것의 여지는 남겨둡니다. 크리스틴이 그랬어요. 순전히 그녀입니다. 배우들은 각 장면에 많은 것을 가져옵니다. 야외 촬영에서 중요한 것이 날씨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릴리 글래드스턴Lily Gladstone이 나오는 주차장 장면은 바람이 너무 심해서 크리스틴의 치마가 계속 위로 들렸어요. 배우의 다양한 선택이나 분위기에서 많은 부분을 그런 일들이 결정해버립니다. 날씨 때문에 크게 말해야 한다거나, 훈련되지 않은 동물들이 제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배우들이 끌려다닌다거나, 실제로 운전할 때 교통 상황에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배우들이 매 순간 임할 때 이 모든 것이 관여하지만, 어떤 것도 너무 세세하게 계획하지는 않습니다. 그날 밤 식당에는 큰 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그날 밤 느낌에 무엇인가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것은 크리스틴이었습니다. 맡은 캐릭터가 너무 급해서 스푼과 포크에서 냅킨을 벗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로케이션 이야기를 하자면, 감독님의 영화에는 모두 엄청난 분위기와 장소가 등장합니다. 어떻게 해내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몇 영화는 많은 시간을 보내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촬영했지만, 찍기 전에 장소에 관해 많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주 작은 예산으로 작업하시니, 촬영하기 전에 여러 달 동안 세트 작업으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글쎄요, 찍기 몇 달 전에 우리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스태프나 배우와 항상 그곳에 같이 있을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미리 그곳에 갈 수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로케이션을 찾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게 가장 크고 긴 일이에요. 영화를 찍으려면 장소를 알아야 해요. 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그렇게 오래 있을 수는 없어요; 배우와 실제 촬영 시간은 항상 짧아요. 하지만 스태프들은 시작하고 싶어 안달하고, 결국 원하는 일이니 이내 작업을 시작하죠. 멋진 일이죠.

이 영화는, 촬영할 때 일부 로케이션이 바뀌고 빠지고 했습니다. 정말 어려웠죠. 하지만 주 로케이션인 목장을 찾은 순간 전체의 중심이 되었고 그 위에 모든 것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처음에는 목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지금은 재미있지만.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목장 일꾼과 같이 일했고, 나중에는 [촬영기사] 크리스 블로벨트Chris Blauvelt를 데려왔습니다. 결국 말들은 우리에게 익숙해졌고 그 뒤에 조감독이 와서 우리와 일상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미술부가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일은 사람들 삶으로 들어가서 목장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Kristen Stewart in “Certain Women”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릴리 글래드스턴이 맡은 목장 일꾼 역은 모든 사람이 의기소침한 이 세상에서 신선한 공기 한 모금 같았습니다. 그녀만의 절제된 방식으로, 대담하고 솔직하며 낭만적이고 정직합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상심에 빠집니다. 마지막에 그녀는 갈회색의 세상 뒤로 사라졌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글쎄요, 제가 결말을 정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관객들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일상의 한결같은 아름다움을 압니다. 그 말은 하고 싶군요.

감독님은 로라 던이나 제러드 해리스Jared Harris 같은 노련한 배우들과 함께 종종 직업 연기자가 아닌 사람들을 캐스팅합니다. 배우들을 감독하는 특별한 스타일이 있습니까? 아니면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단지 주위에서 도우려고 애쓸 뿐입니다. 이 영화는 규모가 있습니다: 야외 촬영을 하고 겨울 장면도 있고 날씨는 고약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기를 원하는지 이해하려 애쓰고, 해결하려 애씁니다. 마법의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나의 프로세스입니다. 매 영화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장소 같습니다. 그리고 단지 저의 방식을 찾을 뿐입니다.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도움이 됩니다. 미첼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와 일하기는 분명 쉬워요. 계속 보아왔고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같이 일하려면 요구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려 애써야 하고, 비슷한 것을 원하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보통 단서가 많이 없어서 연기를 시작할 때에야 압니다. 때로는 의상 디자인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각자의 옷에 맞추죠. 조사나 뭐 그런 것들을 하러 사람들을 보내면 그때부터 알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같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일하면서 모든 것을 알아내죠.

어떤 여자들은 서부극 믹스 컷오프의 영적인 속편처럼 느껴집니다. 한때 다른 사람들이 소유한 이 광활한 땅을 떠돌아다니는 여성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모든 문명은 그 땅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인디언 의례, 토착 사암native sandstone에 관한 것을 쇼핑몰에서 보며 그전에 이곳에 있었던 작은 잔해들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릴리 글래드스턴이 맡은 역은 미국 원주민입니다. 두 영화는 그런 식으로 저에게 공명했어요.

음, 그건 둘 다 서부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어떤 수준에서든 미국 원주민을 생각하지 않고 서부를 쓰기는 힘듭니다. 당신이 어떻게 서부를 정의하기를 원하던, 모든 서부극의 본성일 뿐입니다.

소리는 감독님의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처럼 보이지만, 또 과소평가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소리로 시작합니다. 음향의 세계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을 찾아 직접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영화는 웬디와 루시처럼 존 레이먼드John Raymond의 단편 “Train Choir”에서 따왔는데, 기차 소리가 그 안에 들어 있어서 시작할 때 내 머릿속에는 약간 그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개념은 열차를 음악 스코어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을 사용하는 공간에는 이런 종류의 광고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믹스 컷오프는 정말 어떻게 조용하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해온 것 중 가장 힘든 일일 겁니다. 고요함을 만드는 것은 소리의 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그리고 그 둘을 섞는 것은 확실히 더 어렵죠. 우리는 매우 조용한 곳에 있었고, 뱀과 파리, 모든 소리가 나는 것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단조로움과 반복 또한 매일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런 뒤에 동물들은 소리의 세계를 선물했고, 바람은 항상 많은 소리를 선물했어요.

어떤 여자들은 몬태나주 리빙스턴에서 촬영했습니다. 그곳은 미국에서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불리죠. 정말 미친 듯이 바람이 많이 불고, 좁은 골목길이나 트럭 정류장 그 어디를 가더라도 다른 곳과는 굉장히 다른 바람 소리가 납니다. 청소하기도 정말 힘들죠. 바람 소리를 녹음하는 것은 원래 힘들지만, 트럭 정류장에서 트럭 밑을 통과하는 바람은 정말로 요란한 소리를 내죠. 그 소리가, 어떤 거리감이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장 일꾼 배역의 거리감을 소리로 해결할 방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창고도 있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운드트랙에는 기차 소리가 들어갈 테니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 고속도로 소리도 있죠. 많은 경우, 소리를 찾는 동안 듣는 것을 메모하고 거기서부터 음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크라이테리언 소책자에서 엘라 테일러Ella Taylor의 사랑스러운 에세이를 읽고서야 각 여성을 다시 비추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모두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오. 진짜로요? [중지] 오 그래요, 맞아요. 잘 봤어요, 엘라! 저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오늘 막 박스를 받았거든요. 겨우 커버만 봤지 아직 뜯어보지도 못했어요.